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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대 한국인은 왜 쇼펜하우어를 좋아했을까

  • 작성자

    강한

    등록일

    2024-11-24

    조회수

    126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박제헌 옮김,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페이지2북스(2023)


2020년대 한국인은 왜 쇼펜하우어를 좋아했을까


얼마 전까지 서점가에서는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라는 제목으로 중년에 접어든 독자들을 겨냥하여 출간된 책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덕분에 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 덕분에 나도 유튜브에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소개하는 영상 몇 편을 보고는 관심이 생겨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와 읽었다.


얼마 전까지 지속된 쇼펜하우어의 인기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돌이켜 보면서 웹 검색을 조금 더 했다. 2024년 1월 23일자 『연합뉴스』 보도에서는 “철학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10년만”, “쇼펜하우어 관련서는 짧은 말로 이뤄진 데다가 자기 계발적인 요소도 강해 현재 트렌드와 맞는 것 같다”는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의 말을 전했다.


그렇다. 무엇보다도 오늘날의 세태와 맞는 점이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지는 19세기 유럽 철학자의 글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단지 출판사의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보기보다는, 대중의 필요와 마케팅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청렴도서로 추천된 쇼펜하우어의 소품집은 제목부터가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는 권고문이다. 우리 세대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너무나 많은 체력, 시간, 돈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앞세운 것일까? (광복 이래 그러지 않았던 적이 있었나 하는 질문을 하게 되지만) 특히나 2024년 대한민국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평가가 만연해 있는 사회다.


모든 사람이 탄생과 동시에 평가와 비교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는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조기교육의 성과와 학생들 간의 성적으로 비교를 당하고, 직장인이 된 후에는 당연히 회사의 기준에 따라, 실적에 따라 평가를 받아 급여가 달라지고 직급이 바뀐다. 그뿐인가? 퇴근한 후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가족 친지들 사이에서 비교와 평가를 받고,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서로 누가 글을 잘 쓰는지, 누가 더 좋은 차와 사치품을 보여줄 수 있는지, 누가 더 멋지고 쾌적한 집에 사는지 내세우면서 서로 칭송하고 질투한다. 전국민 모두가 이런 상황 속에서 살며 경쟁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비교와 평가에 지쳐 있고, 이미 그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포기한 경우도 많다.


쇼펜하우어의 글은 우리에게 세상의 비교와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알맞은 행복을 찾을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에 지친 2020년대 한국인에게서 많은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 시간이 없다면 이 책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의 후반부 ‘권고와 격언’(177~309쪽)만 잘 읽어보아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향락, 재산, 지위, 명예 등에 대한 요구를 적당한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187쪽)

“삶의 지혜에서는 인간의 한쪽이 다른 쪽을 망치지 않도록 현재와 미래 모두 부분적으로 적절한 비율에 따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많은 경솔한 자들이 현재에 너무 치중하여 살아간다.”(198쪽)

“모든 삶의 범위에 제한을 두면 행복해진다. 인간의 시야, 활동이나 접촉 범위가 좁을수록 인간은 더 행복해지고, 범위가 넓어질수록 더 자주 괴롭거나 두려워진다. 범위가 넓어지면 걱정, 욕망, 끔찍한 일도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202쪽)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노력을 잠시 멈추고, 무엇이 나를 진정한 나 자신이 되게 해 주는지, 나는 언제 가장 행복한지, 그러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무엇이 필요한지, 아니, 적어도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 2024년 11월

체육사업2팀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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