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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 전 대법관이 엘리트 카르텔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

  • 작성자

    강한

    등록일

    2021-10-19

    조회수

    1107

김영란 • 이범준 지음,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 풀빛(2017).

김영란 전 대법관이 '엘리트 카르텔'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


수 년 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결혼식장에 가서 회사 이름이 적힌 축의금 봉투를 전달한 적이 있다. 축의금을 받는 사람은 메이저 언론사 소속 기자였다. 나는 상사가 건네 준 봉투를 열어 보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에 봉투 안에 얼마가 들었는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5만원보다는 많은 금액이 들어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른바 '김영란법', 공식 법령명으로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28일 이전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식사 대접 한 번 못하겠군요.' 내 신분이 지방공기업 직원으로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임을 알고 나서 파트너사 직원이 아쉽다는 듯 꺼냈던 말이다. 나는 '그렇네요.' 하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나와 함께 일하는 외부기관 사람들은 공단 관계자들과 식사 한 번 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법이 허용하는 금액 내에서, 더치페이를 하면서 식사하는 일은 가능하겠지만,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게 싫고, 오해 받을 일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을 상대방도, 나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청탁금지법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ㆍ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등'(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2호)은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서, 여론은 이 가액 범위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현행 청탁금지법 시행령 별표 1을 보면, 그 가액 범위는 음식물 3만원, 축의금 및 조의금 5만원,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인 선물 10만원이다.


그런데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에서는 '이 법의 의미나 취지보다는 '3 • 5 • 10'으로 일반인들에게 기억되는 것이 이른바 김영란법이 아닌가 싶습니다.'(14쪽) 하고 안타까워한다. 그렇다면, 제공 가액 범위 '3 • 5 • 10'을 넘어서는 청탁금지법의 더 깊은 취지가 있다는 말이겠다.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는 청탁금지법 입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김영란 전 대법관과 이범준 경향신문 기자의 대담집이다. 두 사람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어떠한 배경에서 청탁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이해충돌방지 조항이 빠진 청탁금지법 챕터 참고), 검찰에 대한 고민 등 이 법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과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담집인 만큼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생존해 있는 개인의 이름이 법의 별명에 붙으면서(김영란법) 벌어진 해프닝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어 있어 재미있다. 청탁금지법과 부패방지, 청렴한 공직사회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출퇴근길에 읽어볼 만하다.


끝으로, 인상적인 점은 김영란 전 대법관은 '청탁금지법 입법을 제안하게 된 이유는 엘리트라는 말에 있었다.'(265쪽)고 말한다는 점이다. 김 전 대법관은 '정확하게는 부패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접하게 된 '엘리트 카르텔'이라는 말'이라며 논의를 이어간다.


'엘리트들이 진정 선택된 사람이라면 가지지 못한 쪽을 위하여 희생하고 봉사, 헌신하는 것이 사명이고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길일 테지요. 그러나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이 당연한 가치는 더는 엘리트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엘리트들은 서로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자신들이 속한 사회의 구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호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끼리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내통하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자신들만의 이권과 권세를 증강시키고 있습니다. 이게 엘리트 카르텔입니다. 이 엘리트 사회를 바꿔 가는 것 외에는 극단적인 격차 사회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나라라는 설국열차를 멈추게 할 방법은 없어 보였습니다.'(266쪽)


김 전 대법관은 '청탁금지법이 있다고 해서 격차가 말끔하게 사라지고 신뢰가 굳건해지는 건 아니다.'면서도 '다만 법이 요구하는 투명성을 지키고 엘리트 간의 결탁을 어렵게 함으로써 격차가 벌어지고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늦추어 갈 수는 있지 않을까요?' 하고 질문한다.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가 엘리트들만의 귀족 사회, 그리고 나머지 '개돼지'들의 평민 사회로 나누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공정한 기회, 법 앞의 평등이 지켜지는 사회로 발전하기 위한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의 결론이다.


/ 2021년 10월
경영기획부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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