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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가 넘치는데 세상은 왜 망하지 않는 걸까 하는 질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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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한
등록일
2021-10-19
조회수
846
김정수 지음, 『반부패의 세계사』, 도서출판 가지(2020).
'부패가 넘치는데 세상은 왜 망하지 않는 걸까?' 하는 질문에 대하여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사무처장 등으로 일하며 반부패 활동을 펼쳐 온 김정수 작가가 쓴 『반부패의 세계사』. 이 책은 부패 문제에 대한 개념 정의, 그리고 어떻게 부패를 막을 것인가 하는 고민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서 부패를 둘러싼 정치•사회•경제사가 어떻게 펼쳐져 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도움을 준다.
부패란 무엇인가? 우리는 너무나 흔하게 '공직자는 부패를 멀리하고 청렴해야 한다.', '부정부패를 막고 청렴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정작 '부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엄밀한 의미를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반부패의 세계사』의 서두에서도 저자는 이처럼 부패를 정의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대한 고민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펼친다. 문화와 제도의 변화에 따라 과거에는 '선물'을 하는 것이던 행위가 현재에는 '뇌물'이 되기도 하며, 또한 '부패'에 대한 논의는 정적(政敵)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행위에서 나오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부패에 대한 논의는 현실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눈에 띄는 것은 최근 한국의 정치적 격변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 저자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인용과 새 정부의 등장을 불러온 2016~2017년의 '촛불'을 '혁명'이라고 강조하며, '한국의 촛불혁명은 반헌법적 권력의 지배라는 비상한 상황에 대한 초헌법적인 반부패 활동'이었다고 평가한다(352쪽).
저자는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2017년까지를 '신자유주의적 부패의 시대'로 정의하면서, 특히 박근혜 정부를 매우 신랄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박근혜정부는 출범 시점부터 국정원과 기무사의 선거개입이라는 국가기관의 집단적 부패행위로 인한 민주주의 유린과 헌법질서 훼손에 연루되었다. 이 부패는 사적 이익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넘어선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서 '유례 없이 총체적이고 조직적인 부패 앞에서 한국사회는 국민주권의 행사라는 유례 없는 반부패 행동을 촉발시켰다'고 주장한다(344~345쪽).
국가기관이 사적 이익뿐만 아니라,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동원된 '이 초유의 부패'에 대하여 저자는 '기존의 예방, 처벌, 교육을 통한 일상적 부패방지와 극복이라는 범위를 완전히 넘어섰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촛불혁명'이라는 '비상한 반부패 활동'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351쪽).
독자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저자가 말하는 '기존, 과거의 부패' 개념('공적 권력의 사적 이익을 위한 남용', 35쪽)과, 사적 이익 및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위해 공적 권력이 남용되는 부패라는 '새로운 부패'(오늘날, 최근의 부패)에 대한 정의가 어떤 차이를 갖는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 초판이 나온 이 책의 말미(363쪽)에서 저자는 다시 한번 '부패에 대한 뉴스가 매일 차고 넘치는데 세상은 왜 아직 망하지 않았는가?' 하고 물으며, 지난 몇 년간의 수많은 가치의 참혹한 유린(특히 박근혜 정부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보임)에도 '대한민국 시민들은 불의에 맞섰고 정의를 바로 세웠으며 헌법의 가치를 수호했고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강조한다. 그는 부패가 넘쳐도 세상이 아직 망하지 않는 이유는 '안으로부터 부패를 물리쳐나가는 용기를 지닌 깨어 있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독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저자의 결론에 대한 평가는 다를 것이며, 문재인 정부 후반기인 2021년 10월 현재, 우리는 현 정부는 과거의 정부에 비해 얼마나 달랐는가 하는 질문 앞에 서 있다.
/ 2021년 10월
경영기획부 강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