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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할 수 없었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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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한
등록일
2021-05-30
조회수
541
읽은 책 : 막스 베버 지음, 박문재 옮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완역본), 현대지성(2018).
무시할 수 없었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1.
독일의 사회학자 • 정치경제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사회과학 전공 대학생이 1학년 1학기부터 숱하게 마주치게 되는 이론가 중 하나다. 베버는 그만큼 유명하고, 사회과학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데, 부끄럽게도 나는 대학 시절 사회학 • 정치학을 전공하고도 베버의 저서를 제대로 읽은 것이 없었다.
특히 우리 공단에서 5월 추천 청렴도서로 선정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막스 베버의 책 중에서 제목이 가장 유명한 경우일 것 같다. 비록 책을 읽어 보지 못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개신교 청교도의 부(富) • 노동에 관한 윤리, 그리고 직업을 '소명'으로 여기는 자세가 유럽과 미국에서 자본주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베버의 논지는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뒤늦었지만, 이 책을 이제라도 정독할 기회를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2.
이 책은 루터 시대부터 시작된 종교개혁으로 어떠한 특징을 가진 교파가 등장했고, 그리고 그 교파가 당대 경제, 사회, 정치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베버의 관점에서 상세하게 논하고 있으며, 수많은 주석을 통하여 많은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전개과정에 관심이 많은 그리스도교 신자, 또는 사회과학도로서는 자세히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 사회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이 책이 의미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한편, 이 책에서 베버의 주요 주장인 '개신교의 경제 • 직업윤리가 서구 자본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내용은 제2장 '금욕주의와 자본주의 정신' 부분을 자세히 읽으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1980년대 한국에서 태어나, 이제는 고도로 발전하고 복잡해진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고 있으므로, 이 책에서 베버가 논의하는 내용과는 거의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베버가 인용하는 청교도적 권면을, 나도 자라면서 수없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온갖 죄들 중에서 으뜸가는 죄이고 원칙적으로 가장 중대한 죄다. 각 사람에게 주어진 일생은 자신이 하느님의 택하심을 따라 이루어진 구원을 "견고하게 하기" 위해 주어진 너무나 짧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소중한 시간이다. 따라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쓸데없이 잡담하거나 향락을 누리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는 것, 심지어 사람이 건강 유지를 위해 필요한 6시간 내지 8시간 이상의 수면을 통해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도덕적으로 호된 비난과 질책을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천명한 "시간은 돈이다"라는 공리는 백스터*에게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지만, 그에게서도 영적인 의미에서 그러한 취지는 실질적으로 충분히 드러나 있다."(eBook 기준 301쪽)
*리처드 백스터(Richard Baxter, 1615~1691) : 영국의 청교도 신앙 • 윤리를 대표하는 장로교인 저술가로서, 제2장에서 중점적으로 소개된다.
"백스터는 자신의 주된 저작에서 끊임없이 열심히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노동을 하는 미덕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설교하고, 때로는 아주 열정적으로 설교한다."(eBook 기준 301쪽)
"다른 한 요소는 하느님이 정한 삶의 목적 자체 속에 노동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사도 바울이 제시한 공리는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eBook 기준 306쪽)
"백스터는 이 문제를 자세하게 다루는데, 그의 논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노동 분업을 찬양했던 애덤 스미스(Adam Smith)를 연상시킨다. 그는 직업의 전문화는 노동자들의 숙련 노동을 발전시켜서 노동 생산성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향상시킴으로써 최대 다수를 잘살게 만든다는 의미에서 "공동선"에 기여한다고 말한다."(eBook 기준 310쪽)
나는 위와 같은 부분들을 읽으며, 내가 자라면서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가르침들을 떠올렸다. "시간은 금이다. 지나가버린 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으니 소중히 하여라." "어느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정성과 최선을 다하여라. 그러면 성공과 복은 따라온다."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라." 같은 가르침들이다.
이러한 가르침은 꼭 나의 가족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어디서든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말이고 글이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막스 베버가 이 책을 쓴 1900년대로부터 80~90년이 지난 후의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베버가 고찰한 자본주의의 정신과 청교도적 경제 • 직업윤리는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런 말과 글에서 종교색은 빠져 있었더라도 말이다.
3.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제2장의 주요 부분을 요약하여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금욕주의적인 개신교의 윤리가 근대 자본주의 발전에서 갖는 중요성은 분명하다."(eBook 기준 342쪽)
"개신교의 세속적인 금욕주의는 한편으로는 재산을 절제함이 없이 사용해서 향락을 누리는 것에 대항해 싸웠고 재화의 소비를 억제했으며 특히 사치스러운 소비를 금지했다. 반면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윤 추구를 합법화하고, 더 나아가 앞에서 이미 말했던 방식으로 이윤 추구 활동을 하느님의 뜻으로 규정함으로써, 영리를 추구하고 재화를 획득하는 것에 장애가 되었던 전통주의적인 경제 윤리의 속박들을 분쇄하는 심리적 효과를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었다."(eBook 기준 342쪽)
"이 금욕주의로 인해 일어난 "소비의 억제"와 "해방된 영리 추구"가 서로 결합되었을 때, 거기로부터 어떠한 외적인 결과가 생겨났을지는 너무나 분명한데, 그것은 "금욕주의에 의한 강제적인 저축을 기반으로 한 자본 축적"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이 획득한 부를 소비에 사용하는 것이 억제되면서 그 부를 생산에 사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투자 자본의 축적이 촉진되었다."(eBook 기준 346쪽)
베버는 이처럼 금욕주의적 개신교의 영향 하의 소비 억제, 한편으로는 영리 추구 허용의 결과의 예로, 청교도들이 이주한 미국 뉴잉글랜드, 또는 칼뱅주의가 잠시 지배한 네덜란드에서 나타난 자본 축적 가속화를 소개한다.
4.
끝으로, 2021년 5월을 지내고 있는 공단 직원의 관점에서, '청렴(淸廉)'이라는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읽으며 떠올린 질문들을 몇 가지 꺼내 보고자 한다.
처음에는 이 책과 공기업인에게 강조되는 청렴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러나 청렴의 사전적 의미는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임을 살펴보면, 17세기 유럽 청교도의 금욕주의와 청렴 개념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임직원은 공기업인으로서 자세에 어긋나지 않도록 허례허식을 배격하고 검소한 의식주와 건전한 여가 활동을 생활화하여야 한다"는 우리 공단 윤리규정 제11조 ①항도 다시 보게 된다.
또한, 베버가 해설한 '금욕주의와 자본주의 정신'은 한국이나 아시아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약간 다르면서도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베버는 금욕주의적 개신교가 사치스러운 봉건적 귀족사회를 비판하고 맞섰던 것을 소개하는데, 오늘날 우리도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자기를 절제하고 개발하라는 압력과 함께, 경제적 성공을 드러내는 사치품으로 재산을 뽐내는 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리스도교적 종교색을 빼고 보면, 직업을 소명(召命 : 임금이 신하를 부르는 명령,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람이 하느님의 일을 하도록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으로 여기는 태도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나 개인에게도, 소명의식이 빠진 직장생활은 반찬 없이 맨밥만 먹는 것 같은 일이어서,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오래 이어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 2021년 5월
주차사업부 강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