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목,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수오서재(2020).

속도만큼이나 방향이 중요하다

  이 책은 불교 승려 정목 스님이 쓴 책으로 편안하게 읽고 나의 마음과 삶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특히 '속도', 그것도 '느린 속도'를 중심적 키워드로 삼고 있는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바와 같이 느리다는 것이 무능함도 죄악도 아니고,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주고자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속도전의 시대에 살고 있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 개인이든 기업이든, 심지어 국가라고 하더라도 쇠락하거나 자기 몫을 잃게 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무엇이든 빠르고 기운차게 해 나가야 살아남는 세상에서 "느리더라도 본인이 나아갈 길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은 속도 뿐만 아니라 '방향'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무리 빠른 속도로 우리가 살아가고 일하더라도 방향이 잘못되었다면, 우리가 향하는 곳이 낭떠러지라면 결과는 파멸일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느리게 살아도 되는 날은 별로 없지만, 잠깐 시간을 지체하더라도 내가 올바른, 마땅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부패 방지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아도, "빨리 빨리"만 강조한 결과 지난날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 빚어졌던 온갖 부실, 부정부패를 떠올리게 된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비움', '중심', '다정한 화합', '유연함', '고요', '자신만의 답'과 같은 반드시 불교적이지만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느린 속도로 보이지만 달팽이는 우주가 정한 자신의 시간에 결코 늦는 법이 없습니다." 하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의 속도를 우리가 인정하고, 스스로 격려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런 의미로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라는 역설적 제목을 지은 것 같다.

/ 2023년 11월

체육사업부 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