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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이 좋다’는 말을 비웃게 될 때

  • 작성자

    강한

    등록일

    2022-08-07

    조회수

    861

손수호 지음, 『사람이 싫다』, 브레인스토어(2021).


‘사람이 좋다’는 말을 비웃게 될 때


  제목부터 쓴웃음과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사람이 싫다.’ 매사에 부정적 · 냉소적이고, 함께 일하기 힘든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봐 대놓고 말하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내향적 성격인 나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고 직장을 다니면서는 더더욱 사람을 좋아하지 않게 됐던 것 같다. 방송이나 신문 지면에서, 또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그래도 사람이 좋다”느니 “사람 냄새가 나는” 어쩌고 하는 말을, 사람 좋은 미소 지으며 너그러운 말투로 말하는 사람들을 나는 속으로 비웃어 왔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도 (어떤 상황에서든 언제나)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잘 어울려 주는 척이라도 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 것이다.) 비좁은 장소에 사람이 붐비는 게 싫고, 사람 냄새가 코로 들어오는 것은 더욱 싫다. ‘사람의 냄새’라는 말을 보고 꽃향기를 떠올린다면 그는 참 낙관적인 상황에서 살아 온 사람일 것 같다. 나는 ‘사람의 냄새’라는 글자를 보면 한여름 만원 전철이나 청소가 잘 안 된 공중화장실의 악취가 떠오른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특별히 좋을 수는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언제나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나에게는 거짓말이다.


  글쓴이 손수호 변호사는 이 책 곳곳에서 말버릇처럼 “사람이 싫다”고 쓰고 있다. 온갖 더러운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아야 하고, 비록 자신이 변호하는 의뢰인이 온전히 선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한 사람이더라도, 그를 대신하여 법정이라는 싸움터로 나가야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성격상 사람이 싫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걸 의심하게 된다. 누구도 믿으면 안 된다. 우리 편부터 먼저 의심해야 한다. 의뢰인은 나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부끄러운 일을 모두 털어놓진 않는다. 일부분이라도 감춘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내가 직접 보고 들은 것도 의심해야 한다.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사람이 싫어진다.”(72쪽)


  “만약 모든 사람이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면 재판이 필요 없다. 소송도 필요 없다. 판사는 실업자 된다. 변호사도 사라질 거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솔직하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나저러나 변호사는 소송 당사자의 대리인에 불과하다. 주인님 대신 천하제일 ‘거짓말’ 대회에 출전한 ‘용병’이다. 규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의뢰인을 위해 싸워 이기는 게 변호사의 임무다. 들키지 않을 자신 있으면 눈도 찌르고 귀도 깨물고 로 블로(Low Blow)도 날려야 한다. 변호사는 거짓말 대회의 주인공이다.

  그러니, 어찌 사람이 싫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99쪽)


  이번에 나는 공단 감사실이 추천하는 청렴도서로서 손수호 변호사의 『사람이 싫다』를 읽고 있기 때문에, 이 수필집이 지방공기업 직원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겠다. 손 변호사가 직업상 피할 수 없이 상대해야 하는 수많은 의뢰인, 범죄자, 사기꾼,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공단 직원인 나의 고객, 민원인이라고 생각해 보자. 민원인이 곱게 보이고, 좋을 수만 있겠는가? 많은 경우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징그럽기까지 한 이기심의 화신처럼 보이는 ‘악성’ 민원인을 며칠 동안 상대하다 보면, 정말 사람이 혐오스러워질 것만 같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그럼에도 그러한 사람들을 매일 상대하고, 조금이라도 만족시키거나 불만을 무마시켜서 전화를 끊고,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고, 나의 적으로는 만들지 않는 것도 공단 직원들이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다. 정말 사람이 싫어서 참을 수가 없어져 오늘 저녁에 당장 일을 그만두고 뛰쳐나갈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이처럼 좋아할 수만은 없는 사람들을 지혜롭게 대하면서, 나를 망가뜨리지 않고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체득해야만 한다.


  변호사와 지방공기업 직원 사이에는 직업적으로 큰 간극이 있다. 그럼에도 변호사든, 지방공기업 직원이든, 직업 현장에서 온전히 좋아할 수만은 없는 사람들을 어쩔 수 없이 만나고, 상대해야 하고, 만족시켜야 하는(적어도 그들이 우리에게 칼을 휘두르지는 않도록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변호사가 아닌 우리도 손수호 변호사의 책에서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손수호 변호사는 "솔직히 사람이 싫다. 하지만 언젠가는 또 좋아질지도 모른다. 세상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하고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우리도 매일 지긋지긋한 '사람 혐오'와 '무관심'을 오가며 살아가고 있더라도 희망을 버리지는 말자.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야 하고, 결국 그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힘을 얻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완수할 수 있으니 말이다.


/ 2022년 8월

교육혁신부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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