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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나무 토막을 빼내기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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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한
등록일
2023-11-30
조회수
349
정진영 지음, 『젠가』, 은행나무(2020).
하나씩 나무 토막을 빼내기만 하면
젠가는 기자 출신 작가 정진영의 장편소설이다. 가상의 도시 고진을 배경으로, 이 도시에 자리잡은 내일전선(대기업 미래전선의 계열사)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일전선 기업이 고진시 출신 직원을 선호하는 사장 취임 이래 '고진 순혈주의자', '현대판 골품제' 같은 말을 떠올리게 하는 부조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행태와 선택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소설인 만큼, 드라마를 보듯 조금 더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을 통하여 공단 직원으로서 우리는 청렴, 반부패 키워드와 관련하여 무엇을 생각해 보고,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우리는 연대하고 일상을 지킬 힘을 얻을 수 있는가. 그에 관한 의문이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다."라고 적었다. 내가 요즘 현실에 과도하게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이런 작가의 글이 한가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는 자존감을 갖고 사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거대한 조직 안에서 '연대'한다거나, '일상을 지킬 힘' 같은 걸 같기에는 너무나 파편화되고, 각자도생하기에 바쁜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시간을 내 거리를 돌아 보고, 뉴스도 훑어 보자. 물론 세상에는 지금도 누군가와 연대하겠다고 자기 희생을 감내하거나, 돈벌이/밥벌이와는 관계 없는 어떤 외침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목소리는 너무나 희미하고, 작고, 잘 들리지 않으며, 그저 가십거리로 소비될 뿐이다. 우리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다.
사실 그래서 불의를 둘러싼 직장인들의 분투를 다룬 이 소설 속 사람들의 좌절과 고통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우리 세계는 결코 나아지기 어려울 것인데, 그래도 우리는 그냥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제목이 왜 '젠가'인가 하는 데 대해 끝으로 생각해 보자. 젠가는 나무 토막으로 이루어진 기둥에서 한 사람씩 나무 토막을 빼내면서 실수로 기둥을 무너뜨린 사람이 패배하는 보드게임이다. 작가는 이 보드게임에 기업이나 사회를 빗대어, 하단부 나무 토막이 하나씩 빠질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리다가 어느 순간 파국을 맞게 되는 조직에 대하여 말하려 하는 것 같다.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꾸 나무 토막이 빠지기만 하다 보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사회든 기업이든 망가질 수 있다. 적어도 이러한 파국은 막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든 해야 하지 않겠는가.
/ 2023년 11월
체육사업부 강한
